by zoamie


오후에 형님이 나오셨다. 어제 편지를 전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방문이었다. 쑥스러워서 짐짓 모르는 척을 하다가 내려가 뵈었더니 크게 반겨주신다. 편지 읽으셨어요? 물었더니 당연하지, 껄껄 웃으시며 손편지의 미덕에 대해 한참을 설파하신 후에 조만간 답장을 쓸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나는 이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을 기다리게 되었다.

간만에 마주한 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지만 그만큼 접점이 없어져 근황을 나누고 나니 주변의 이야기만 빙빙 돌게 되었다. 예전처럼 이자카야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눴던 농밀한 대화들이 그리워졌다. 형님은 최근 혈압이 높아져 한동안 술을 끊었다고 하시면서도 오늘 저녁에 한잔 하자며 웃으셨다.
다들 외근이라 오후내 형님과 거의 독대하다시피 있었다. 물론 형님은 좋지만 큰 어른이셔서 쉽게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항상 어느정도는 조심스럽고 부담감이 있다. 어찌됐건 회사로 엮인 관계로 클라이언트다 보니, 아무리 좋고 친해져도 넘지 못할 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확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종일 그런 부담감으로 한 자리에 있다보니 피로가 몰려왔다. 형님은 급 잡히게된 자리에 동반하자고 하셨지만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쉽게 피로해지는 나는 멀어진 귀가를 핑계삼아 서둘러 빠져나왔다. 

파리에 가있는 후배, 그리고 최근 팀을 옮긴 조카와 카톡을 나누며 귀갓길을 함께 했다. 인간관계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두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경험치를 끌어올려 최선의 방법과 위로를 전했다. 다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사람 인(人)을 떠올렸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야만 완성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