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검진날에는 무지개를 by zoamie


치과에서 돌아오는 길, 정말 오랜만에 무지개를 보았다. 
모처럼 맑게 갠 푸른 하늘에 뜬 크고 선명한 일곱빛깔의 무지개. 누군가의 엇! 하는 소리에 남녀노소 다같이 작은 환호성을 터트리며 고개를 들어 한참을 바라보다 미소띤 얼굴로 사진찍기에 열중한다. 덕분에 모두가 느릿하게 걷게된 횡단보도.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참 귀엽게 느껴져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위험도 불사한채 찍은 사진들은 누군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졌겠지. "이것 봐, 엄청 큰 무지개 봤어!! 이쁘지? 근데 네가 더 이뻐" 라면서.. 나도 질세라 한장 찍어 마침 카톡하던 친구와 가족 단체방에 보냈다. 역시 가족과 친구가 최고지 암암..
처음 봤을때 닿지 않을만큼 먼 발치에서 있던 무지개가 사라져 버릴까봐 바로 찍었는데 걸어가면서 점점 가까워져서 혹시나 하고 보이는대로 남겨두었다. 가까이 갈수록 흐릿해져 당연히 닿을수는 없었다. 막연히 크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존재도 실상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아무런 생각을 하면서 집까지 1시간여 거리를 걸어갔다. 

치과에서 너무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기때문에 망연자실 걸을수 밖에 없었다. 
무려 4년 전에 진료를 받고 그대로 방치해뒀던 내 치아.. 와 심하다.. 가야지가야지 생각만 수백번 쌓아두다가 최근에 왼쪽 어금니 잇몸이 욱씬거리는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예약해두었다. 건강의 연관검색어는 늘 소잃고 외양간 고치네 마음가짐인 것 같다. 사실 4년전 치과를 방문했다는걸 기억해냈던 것도 2014년 '겨울왕국' 당시 어금니 신경치료 중이었는데 개봉과 맞물려서 일이 너무 바빠져 진통제를 먹으면서 끙끙 참았던, 장장 3개월에 걸쳐 치료를 받았던 가슴아픈 기억의 산물. 
여러모로 날 아프게했던 그때 그 어금니가 4년이 지나 또 내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줄 것인가. 정말 너무너무너무*1000만 두려운 마음으로 들어간 치과는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변함없는 공기, 냄새, 소리, 그리고 의사쌤까지. 간단히 안부인사를 나누고 올라선 의자에게 한참을 떨다가 2건의 신경치료와 약간의 충치 치료 선고를 받았다. 내내 신경쓰이게 만들던 왼쪽 어금니는 잇몸이 많이 손상되어서 다음주 원장님의 심층 상담을 받은 후 치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야말로 심쿵. 이제는 치료도 무섭지만 치료비용이 더 무섭다. 이렇게 예비비용을 쓰면 안되는데 싶어서 마음이 어두워졌다. 

오는 길에 갑자기 건강 경각심이 든 나는 집에 돌아와 (치과에서 돌아온 날은 언제나 그렇듯) 양치부터 하고 비도 그친김에 간만에 러닝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내내 비가 와서 산책과 스트레칭만 하다가, 오랜만에 달리니 기분이 쾌적해졌다. 한바탕 비를 뿌리고 난 하늘은 미세먼지 최고좋음 지수와 예쁜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선물했다. 해가 오렌지빛으로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달렸다. 가슴 뿌듯하게 행복해져서 왠지 이대로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지개를 봐서 정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