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 by zoamie


제대로 날잡고 맘먹고 사람들 와장창 만난 날. 요즘에는 누군가 '언제 한번 보자~'하면 대체로 '상경하면 연락드릴게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답하곤 했는데 오늘 바로 그 '상경'하는 날로 잡았다. 서울까지 기본 1시간반~2시간 걸리면 상경이지 뭐.

사실 맘까지 먹을만큼 그렇게까지 불편한 사람들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는 않은 사람들. 언젠가 한번은 만나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나서는 상경이라 아침부터 느적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내가 의무감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인맥관리는 내가 할수 있는 에너지도 없거니와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 것인데. 다만 쉬고있는 내게 굳이 연락해 밥 사줄테니 나오라는 연락을 해주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그래 내가 뭐라고. 탈탈 털고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리그래도 역시 밥은 편한 사람과 먹어야할 것 같아서 점심시간에 맞춰 사촌언니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오늘의 동선과는 벗어난 곳이지만 상관없었다. 잔뜩 에너지를 충전하고 차례로 감사 방문에 나섰다. 서로의 근황이 오가고 대체로 안물안궁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그래도 얼굴들을 마주하니 무척 반가웠다. 이제 겨우 한달반 정도 지났으니 당연하겠지만 너무나 여전한 모습들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복잡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조금더 머무르면 다시 물들어 버릴까봐 서둘러 벗어나왔다. 

집에 가는 길. 기세를 몰아 오래 묵혀뒀던 연락을 했다. 오늘 하루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쌓인 나의 대인관계 능력치(?)가 만렙이 된것 같아 용기를 냈다. 여러 관계가 얽힌 탓에 내내 번호만 만지작대며 쉽사리 하지못했던 문자를 보내고 기다렸다. 전화는 어려워 달랑 보낸 문자가 부디 예의없어 보이지 않길, '생각이 나서' 라는 말에 눌러담은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다. 이내 걸려온 전화. 그리운 목소리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있는 얼굴이 그려져서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6월 한달간 여행 다니고 있겠거니 싶었다고. 안그래도 소식이 궁금했다고. 다음주부터 시나리오 수업을 시작한다는 말에 내 일처럼 반겨주셔서 기뻤다. 다음주 언제 시간되냐는 물음에, 괜찮으실때 제가 무조건 맞출게요 언제든 어디든 저는 다 좋다고 답했다. 
상경은 날잡고 맘먹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언제든 어디든 가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