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보통날 by zoamie


일요일처럼 일요일을 보냈다. 날이 선선하여 느즈막히 일어나 뒹굴거리다 오후에 부모님과 배드민턴을 쳤다. 아침에 '전참시' 이영자 다이어트를 보던 엄마의 제안이었다. 간만에 치려니 영 어설퍼서 몇번 치다가 부모님의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부에는 꽤 치열해져서 혼자 배잡고 웃다가 영상을 촬영해뒀다. 어느 순간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상들이 소중하다는걸 깨달은 후부터는 집에서 뒹굴대거나, 장을 보거나, 산책하거나 등 별일없는 부모님의 보통날들을 주로 영상으로 기록해두는 버릇이 생겼다. 

저녁 샤워를 하고 'sbs스페셜'을 챙겨보려고 엄마와 tv 앞에 앉았다. 마침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매일을 기록해두는 아들은 어머니의 말들을 기록할수록 어딘가 사실과 어긋나있다는걸 알게 되지만, 잊고싶은 기억일 수도 있기에 굳이 캐내려 하지 않았다. 치매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은 18살 어린 나이에 먼 동네까지 시집 오기 전의 일들을 세세히 기억하고 계셨고, 내내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이기 이전에 오롯이 '나' 자신으로만 존재했던 때만 기억하고 싶으셨던 걸까.

결국에는 혼자로 돌아가 혼자 묻히는게 인생이구나 싶어서 급 쓸쓸해지다가 곁에 있는 엄마의 옆 얼굴을 바라봤다. 엄마도 성순인데. 이제 나도 부모님을 나의 엄마, 아빠를 넘어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그러기엔 오늘 고기반찬이 없어서 투정을 부려버렸네.. 이렇게 매번 알면서도 그때뿐인 나는 그냥 영원히 모르는척 부모님의 막내딸이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