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될 거다. by zoamie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며 광명 코스트코까지 가서 장을 보고 치과를 다녀왔다. 지난 검진 이후 시작된 첫 치료라 초긴장모드로 대기하던 중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충치가 생겨 치료해야한다는 말에 발치해야하는 거 아냐? 앞니면 볼만 하겠는데, 라며 농담을 건네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치과는 대체 왜 한번에 치료를 안해주는 걸까? 차라리 매도 한번에 맞는게 나은데.. 과거부터 이어져온 찔끔찔끔 치료는 치과 공포심 향상에 분명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충치가 그리 큰 것도 아니었는데 앞으로 3.4번은 더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좌절. 신경치료했던 치아를 다시 씌워야한다는 말을 듣고 또 좌절. 금액을 듣고 대좌절.. 으악

이왕 나온 김에 미뤄뒀던 '변산'을 보기로 했다. 내사랑 박정민의 무한 매력이 빛났던 따뜻한 영화. 중간중간 몇가지 촌스러운 설정들이 지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모두 이준익 감독님 영화라니 왠지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조폭건달' 출신의 아버지와 '랩퍼' 아들의 갈등. 어릴적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났던 시한부 아버지를 원망하다 급 우후죽순 등장하는 고향 친구들을 통해 다시금 고향의 따스한 품을 느끼고 용서하고 성장하게 되는 주인공. 짠내나는 청춘이지만 누구나 하나쯤은 장기가 있고 응원해주고 싶은 것, 이준익 감독님이(아재들이/ 죄송) 생각하는 2030대 청춘의 단상이란 이런 것일까?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정이 가고 따뜻했다. 캐릭터 한명 한명에 감독의 애정이 느껴졌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좋았다. 지방이 고향인 이들에게는 더 감정적으로 건드리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아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점. 마지막 쿠키영상의 급 깨발랄해진 새파란 수트의 학수와 그의 탭댄스...는 여전히 큰 물음표. 영화가 극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판타지스럽게 마무리되어 당황스럽긴 했다. 차라리 mc심뻑과 고향 친구들과의 유쾌한 뮤비 정도가 어땠을까 싶은.?

박정민은 정말.. 연기는 말할것 없고 이제 랩에다가 그 의문의 탭댄스까지 귀엽다니. 하트 3단콤보 뭔데... 하 그는 이제 점점 완전체가 되어가는것 같다. 하반기 '사바하'(개인적으로 최고 기대작)랑 '사냥의시간'까지 개봉하면 분명 우주대슈퍼스타가 되겠지. '파수꾼'의 배키부터 좋아해 출연작들을 샅샅이 훑었던 나는 괜히 아쉽다. 그래도 더더 흥하길 응원해요. 집에 오는 길, 그의 '변산' 인터뷰를 찾아봤다. '쓸만한 인간'과 영화를 연관지은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책은 '변산'하고 약간 닮았다. 나라는 사람이 비관적인데 너무 힘들다든지 이렇게 쓰고 싶지가 않고, 오히려 웃기게 쓰고 싶었다. 긍정적인 문구도 사실 정말 속이 새카맣게 타는데 그렇게 적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만 글로 적는다. 그 안에 깔려있는 내 심리 상태는 못 적겠다. 다 잘될 거다. 과연 그럴까..? (웃음) 그렇게 나도 의심하면서 쓴다." 

그의 솔직한 말이 꽤 위로가 되어주었다. 세상에는 재능있는 천재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저 알량한 감수성 하나만 믿고 괜히 덤비는것이 아닐까. 하루에도 몇번씩 머릿속으로는, 사서 고생하는게 아닐까. 사실 안될 가능성이 더 크잖아.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재취업해서 보고싶은 영화보고 읽고싶은 책읽으면서 편하게 사는게 나을까, 그냥 하던 일하면서 해도 됐던거 아니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내일은 첫 수업이 개강하는 날. 지금도 머릿 속에서 메아리치는 말들을 박정민 (내맘대로)친구의 화법을 빌려 반복해야겠다. 
"결국에는 다 잘될 거다."